마태1:23의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부를 것이다”는 이사야7:14에서 인용한 말씀이다. 거기서 이 말씀은 야웨께서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악한 왕 아하스에게 주신 징조이다.
우선 ‘부를 것이다’라는 동사의 주체가 맛소라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그들이 덧붙인 모음을 통하여 볼 때) ‘그녀’(여성 3인칭 단수)인데 반하여, 칠십인역에서는 ‘너’(남성 2인칭 단수)로 되어 있으며, 마태 복음에서는 ‘그들’(여기서는 막연한 주체를 뜻하는 비인칭의 3인칭 복수)로 되어 있다. 맛소라 성경과 칠십인역의 차이점은 동일한 히브리어 자음 글자들(תארקו)에 어떻게 모음을 다느냐에 따라서 생기는 차이점이므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즉, 맛소라 성경은 이를 ‘웨카라아트’(תא)로, 칠십인역은 ‘웨카라아타’(א)로 읽은 것이다. 그리고 마태 복음에서는 ‘이 아들’을 임마누엘이라고 부를 사람의 범위를 넓혀준 셈이다. 이런 식의 인용을 문제 삼을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야웨께서 친히 주신 징조는 아주 독특한 것이었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그녀가) 임마누엘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사야7:14). 이사야 제7장의 예언은 먼 훗날에 오실 메시야와 가까운 날에 성취될 일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 먼저 이 아이는 가까운 미래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하나의 징조가 될 것이다. 이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서 악을 거절하고 선을 택할 줄 알기 전에 아람과 이스라엘 두 나라의 백성은 사로잡혀 가서 그 땅이 버려지게 되고, 그 무렵에 이 아이는 버터와 꿀을 먹게 될 것이다 (이사야7:15-16). 주전 732년에는 앗시리아의 디글랏 빌레셀 3세에 의하여 다메섹이 무너지고, 주전 723년에는 앗시리아의 살만에셀 5세에 의하여 사마리아가 무너진다.
앗시리아에 의한 아람과 이스라엘의 멸망, 그리고 유다 땅의 초토화에 대한 예언은 이사야8:1-8에서 약간 달리 표현되어 있다. 이사야는 먼저 하나님의 명령대로 많은 사람이 분명히 볼 수 있도록 커다란 서판에 “속히 노략이 임한다. 약탈이 임박하다”라고 기록한다. 그리고 ‘그 여선지자’(틀림없이 이사야의 아내를 가리킬 것이다)와 동침하자 그녀는 잉태하여 아들을 낳는다. 이 아들은 하나님의 지시대로 “속히 노략이 임한다. 약탈이 임박하다”는 이름을 얻는다. 왜냐하면 이 아이가 “아빠, 엄마”라고 부를 줄 알기 전에 다메섹과 사마리아가 약탈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야8:1-4).
이런 점에서 이사야7:14-16의 예언은 일단 “속히 노략이 임한다. 약탈이 임박하다”라고 불리는 이사야의 아들이 징조가 되어 성취될 것이다. 이사야7:14에서 ‘처녀’로 번역된 히브리어 ‘알마’(המלע)는 구약 성경에 모두 7회 나타나는데 (창세기24:43; 출애굽기2:8; 잠언30:19; 시편68:25; 아가1:3; 6:8; 이사야7:14), ‘처녀’라는 뜻 말고 ‘젊은 여인’을 뜻할 수도 있다. 특별히 이사야7:14에서는 ‘알마’에 정관사가 붙어서 (המלעה) ‘그 처녀’ 또는 ‘그 여인’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사야8:3의 ‘그 여선지자’는 7:14의 ‘그 여인’을, 그리고 거기 이사야의 아들은 7:14-16의 ‘아들’을 성취시켜 주는 첫 번 째 (그러나 ‘궁극적인 성취’는 아닌)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사야와 그의 아들들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가운데 주시는 징조요 예표였다 (이사야8:18).
이러한 사실은 이사야7:14의 예언을 훨씬 후에 있을 메시야의 처녀 탄생(마태1:22-23)과 연관시켜 주는데 전혀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는다. 이사야가 활동하던 시기가 훨씬 지난 후 (대략 주전 3-2세기 경, 곧 예수님의 출생 전) 유대인들이 이사야서를 헬라어로 번역할 때에 그들은 7:14의 ‘알마’를 ‘파르테노스’(παρθενος)로 옮겼다. 문맥을 통하여 이를 ‘처녀’로 이해한 것이다. 사실 하나님이 이사야를 통하여 처음 이 말씀을 하실 때에도 이를 ‘처녀’로 의도한 바가 다분하기만 하다. 그래야만 이것이 특별한 징조가 될 수 있어서, 불신으로 가득찬 아하스 왕에게도 뚜렷한 증거가 되겠기 때문이다.